흰색 가루가 든 통을 살펴보았다. 분명히 설탕 통이었다. 샴페인 병에 샴페인이 들어갈 수밖에 없듯 이 통에도 설탕이 들어 있어야 했다. 어째서 소금을 넣어 놓은 것일까. 다른 통은 없나 살펴보니 소금 통이 있었다. 소금 통에는 특별한 점이 없을까. 찍어서 맛을 보니 설탕이었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긴 그는 식당 안을 둘러보며 소금 통과 설탕 통의 내용물을 바꿔 넣은 독특한 예술적 취향의 다른 흔적은 없는지 살폈다. 흰색 벽지로 도배된 한쪽 벽에 이상한 검은 얼룩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유쾌하며 평범한 느낌이었다. 발랑탱은 벨을 눌러 웨이터를 불렀다. “아침마다 손님들을 상대로 이런 장난을 치는 건가? 소금과 설탕을 바꿔치기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는 모양이지?” 발랑탱이 물었다. 상황을 파악한 웨이터는 절대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실수라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설탕 통을 집어 들어 들여다보다가 다시 소금 통을 집어 들어 들여다보는 그의 얼굴 표정이 점점 난감해졌다. 결국 웨이터는 양해를 구하고 물러나더니 잠시 뒤 지배인과 함께 나타났다. 지배인 역시 설탕 통과 소금 통을 살펴보고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웨이터가 급한 마음에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러니까, 그 성직자 두 명이었나 봅니다.” “성직자 두 명이라니?” “저 벽에 수프를 쏟은 성직자들 말입니다.” - 『브라운 신부의 순진』, 「푸른 십자가」 일부